무제 (2)
류재관[ 이정 책방 ]딸랑. 맑은 종소리가 머리 위에서 청아하게 울려퍼졌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것을 확인한다면, 그건 종보다는 풍경에 가까운 생김새일 것이다. 고서들의 케케묵은 향기,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살, 아주 작은 소리로 흐르고 있는 지나간 시대의 음악. “안녕하십니까.” 류재관의 목소리에 손님을 맞으러 안쪽에서 나온 책방 주인이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류재관 또한 마주하여 드물게 낯을 허물어 부드럽게 웃어 보였는데, 짧은 침묵 후, 주인은 찾으시는 책이 있다면 편히 말하라 얘기하고는 목덜미를 문지르며 다시 안쪽으로 사라졌다. 류재관은, 여전히 따뜻한 시선으로 그 뒷모습을 응시하다 다시 최 요원을 보았다. 아직 입가에 남아있는 미소가 그에게도 전해진다. “여기는, 그러니까··· 제가 A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