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야행

(25. 05. 05) 이매야행 魑魅夜行 (中)

RJG 2025. 5. 6. 22:54
 
분명 목소리나 체형이나 청동 요원이 맞는 것 같은데,
 
그는 최 요원을 알아보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최 요원은 해금 요원의 충고를 떠올립니다.
 
혹시라도 걔가 탈을 쓰고 있으면… 절대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진명이든 요원 명이든, 기억이 충돌하면 부서질 수도 있어.
 
아마 도깨비화 진행 중인 걸 테니까 괜히 들쑤시지도 말고.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한숨만 연신 내쉬면서 머리를 긁적거립니다.
 
재난관리국의 요원복이 아니라 다른 옷을 입고 있습니다.
 
개량 한복 비슷하게 입은 것 같은데….
 
아니,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죠.
 
청동 요원의 생사는 확인되었으니, 상태부터 봐야 합니다.
 
겸사겸사 마선국에 대해서도요.
 
대화가 가능합니다.
 
최 요원:아이고, 처음부터 실례한 건 미안한데... 막 밀치고 그러면 안 되지. 보자, 다치진 않았고?
 
버들 도령:지나가던 도깨비 위로 난데없이 날아와 깔고 뭉갠 건 그쪽이 먼저입니다. ...설마, 고작 이런 걸로 다쳤겠습니까?
 
최 요원:누군 도깨비 깔고 뭉개고 싶어서 똑 떨어졌게? 남이 걱정해 주면 그냥 괜찮습니다~ 하고 말 것이지. 너희 보통 피 같은 거 싫어하잖아.
아, 맞다. 혹시 이름이?
 
버들 도령:내 이름 말입니까?
모릅니다.
...세월이 무수히 흘러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건 라는 성 씨 뿐이라.
버들 류(柳) 자를 쓰니 버들이라고 부르십시오.
...그쪽은?
 
최 요원:아하. ...나? 내 이름은 좀 비싼데~ 그냥 최 요원이라고 불러.
여기 얼마 정도 있었는지 기억나?
 
버들 도령:는 이백 살이 넘은 이후로 세는 걸 포기했는데, 언제는 또 겨우 반 년 지난 것 같기도 합니다.
 
최 요원:이백 년 넘는 세월 동안에는 여기서 뭘 했는데?
 
버들 도령:당신 같은 인간들이 불쑥 찾아오면 마을의 안내자 역할을 맡기도 하고, 평소에는 원로들의 부탁을 받아 일손을 돕고 있습니다.
...아무튼, 당신을 바깥으로 돌려 보내고 싶지만 지금은 문이 닫혔으니 당장은 힘들 겁니다.
 
청동 요원의 턱짓에 뒤돌아보면 보이는 것은 큰 나무입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일 뿐이지만, 저게 통로라는 거겠죠.
 
버들 도령:여기 가만히 계시면 위험합니다. 주변엔 늘 위험한 요물들이 도사리며 호시탐탐 인간들을 노리고 있으니, 잘못 처신했다간 돌아가지도 못하고 잡아 먹힐 겁니다.
......아, 축제가 열린 곳으로 갑시다.
거긴 나 같은 것들이 있어서 구별이 어려우니 그나마 안전할 겁니다.
어떻습니까?
 
최 요원:축제가 열려? 지금? 뭐... 그래, 그러자. 안전한 곳이 있으면 나야 좋지.
 
버들 도령:예, 원래 축제 말미에는 필연적으로 인간이 합류합니다. 마선국에서는 예언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인데, 당신도 이 시기에 떨어진 걸 보면....
...일단은 움직입시다.
최... 그러니까 당신 이름이 요원입니까?
 
최 요원:마선국에서 축제가 열리면 무조건 인간이 들어온다, 이거지? 거의 확정적인 거고...
어어, 이름이 요원이야. 그런 셈 치자.
 
버들 도령:(그런 셈?) ...예.
참, 여긴 작은 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을로 가려면 배를 타야 하지요.
 
청동 요원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나룻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그곳에는 배와 검은 옷을 입은 채 노를 쥐고 있는 뱃사공만 존재합니다.
 
물도 없는데 어떻게 배를 타고 마을로 간다는 거지?
 
그때, 바닥에서 점점 물이 차오릅니다.
 
밑바닥에서부터 차오르던 물은 점점 강을 가득 메우기 시작합니다.
 
땅바닥에 꽂혀있던 배가 물살에 덜컹거리면서 움직이는 모습에,
 
청동 요원은 익숙하다는 듯이 배에 올라탑니다.
 
미약하게 물살이 퍼지는 모습과 동시에 그는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최 요원:...인간이 타도 되는 거 맞아? 사공님 옷 빛깔이 영 불안한데.
 
버들 도령:...아저씨는 차사가 아닙니다! 그런 작자들이랑 다르오.
그리 의심 되면 헤엄이라도 쳐서 오시든지. 마음대로 하십쇼.
 
최 요원:심술하고는... 내가 차사인지 삼도천인지 어떻게 알아? 인간이 다 알면 그게 인간이니? (거둬가기 전에 손 냉큼 잡아 배에 오른다.)
 
三. 괴력난신 일반이라 어디야 디어차
 
바람에 뱃사공의 옷이 펄럭입니다.
 
그 사이로 보이는 건….
 
없어요.
 
네?
 
없다고요.
 
있었는데?
 
아뇨. 그냥 없어요.
 
검은 옷에 가려진 채로 보이지 않았는데 드러나니 알겠습니다.
 
몸통도, 얼굴도 보이지 않습니다.
 
옷이랑 노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배를 모는 거죠?
 
버들 도령:...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마십시오. 아저씨가 불편해하십니다.
 
청동 요원은 탈을 쓴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 계속 보고 있는 건지.
 
최 요원:(안 보이는데 어떻게 아저씨라는 거지?) 그럼 너는 사람을 뭘 그렇게 봐? 잘생겨서 신기해?
 
버들 도령:.......
생각해 보니까 축제에 대해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요.
뭐든 알고 가는 게 더 편하지 않겠습니까.
 
최 요원:오... 눈은 안 보이는데 표정 티 나는 것도 재주다. 그래, 한 번 읊어봐라!
 
버들 도령:(티가 난다고?) ...마선국은 약 30년마다 한 번씩 5일 동안 축제를 엽니다.
13개의 탈 중 소실된 3개의 탈을 복원하자는 의미의 축제로, 아주 크게 하고 있소.
탈은... 이 나라 마선국의 번영을 가져옴과 동시에 안정을 취해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들은 인간의 도움 없이는 만들기 어려운 터라, 축제의 마지막 날인 정월 대보름날 그 시기에 맞추어 떨어진 인간의 도움을 받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 떨어진 인간이 최 도령 당신이니 그쪽이 우리를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최 요원:탈 복원을 도와주면 뭐가 있는데? 무사히 집으로 보내주기? 아니면 다른 거?
 
버들 도령:...예, 무사히 집으로 돌려 보내드리지요.
 
최 요원:생각보다 별 거 없네...
 
버들 도령:허, 그런데 당신은 낯선 곳에 떨어졌는데도 왜 그리 태평합니까? 보통의 인간들은 이런 반응이 아니었는데....
 
최 요원:뭐, 그런 걸 원했던 거면 아쉬운 대로 졸도라도? 오히려 태평한 게 네 입장에서는 편할 텐데.
 
버들 도령:그거야, ...예, 맞습니다. (목덜미를 감싸 매만지며 시선을 피한다.) ...곧 도착입니다.
 
배가 육지에 가까워지자 청사 초롱이 줄줄이 이어져 수놓은 다리가 보입니다.
 
점점 악기 소리가 커지던 그때, 덜컹거리는 소리에 배의 움직임이 멈춥니다.
 
이윽고 육지에 안착하자 청동 요원은 당신에게 손을 내밀며 말합니다.
 
버들 도령:잡으십시오.
 
내려볼까요?
 
최 요원:(손 살짝 잡고서 발 디뎌 내려온다.) 누구 실족사라도 했나... 밀친 거 치고는 잘 잡아주네.
 
버들 도령:...넘어지지 않게 잡아주겠다는데 도령은 아까부터 왜 자꾸 시비입니까? 성격 참 나쁘십니다.
 
최 요원:와, 살다가 성격 나쁘다는 말 처음 들었어. 나름 누구보다는 덜한 편인데?
 
버들 도령:(......?) 그 누구가 저 말하는 겁니까?
 
최 요원:어어? 나는 누구라고만 했다?
 
버들 도령:....... (참아야 한다. 참자. 인내는 바른 덕목....) 갑시다.
 
이곳은 축제 분위기로 시끌벅적 합니다.
 
사람들… 아니지 도깨비들은 저마다 두루마기를 걸친 채 거리를 노 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와중에는 익숙한 옷들도 보이네요.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청동 요원과는 다르게,
 
흰 두루마기를 걸친 도깨비들의 얼굴이 전부 탈에 가려져 있습니다.
 
최 요원도 구조를 위해 와본 적 있는 곳이니,
 
저들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부네탈과 말뚝이탈.
 
대부분 저 탈을 쓰고 다닙니다.
 
최 요원이 구조를 하러 왔을 때에도 저 두 개의 탈만 볼 수 있었죠.
 
도깨비들의 탈은 약간씩 모양이 다릅니다.
 
어떤 탈은 눈에 분이 칠해져 있고,
 
어떤 탈은 우락부락한 모양새입니다.
 
저마다 꾸민 것은 다르지만 유일하게 형태가 다른 것은 청동 요원의 탈입니다.
 
최 요원:(탈 모양도 이레귤러에 영향을 받나.) 야, 버들아. 넌 탈도 혼자 하회탈인데, 왜 턱주가리도 안 달린 걸 쓰냐?
 
버들 도령:턱주, ......본디 안내자의 역할을 맡은 자는 이 탈을 씁니다.
대부분의 도깨비는 부네탈과 말뚝이탈을 쓰고 다니고요.
 
최 요원:그럼 안내자는 너 혼자야? 아니면 매번 한 명만 뽑는다던가.
 
버들 도령:예, 처음부터 저였고......? (처음부터? 그건 였나? 이게 맞나? 자신이 내뱉은 말을 곱씹는 듯 몇 번이나 멈칫거리다, 이내 남은 말을 읊는다.) 바뀔 일도... 없을 겁니다.
 
최 요원:...그래? (마선국 내에서 체감 상 이백 년 넘게 지냈는데 이 정도면 당연한 건가. 호선의 눈매로 쳐다보는 탈을 응시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수 있지.
 
탈을 쓴 도깨비들은 모처럼의 인간이 신기한지,
 
슬쩍 고개를 돌려 최 요원을 바라보는 일이 잦습니다.
 
…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느껴질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닐까요.
 
거리, 가판대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 요원:(거리로 나가 주변 둘러본다.)
 
거리
 
거리는 도깨비로 인해 북적거립니다.
 
아이들도 많이 보이네요.
 
그들이 진짜 아이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마다 깔깔거리며 초롱을 든 채로 거리를 뛰어다닙니다.
 
가판대에서 간식을 사는 아이들도 보이네요.
 
아니 잠깐…. 탈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 있죠?
 
버들 도령:그러고 보니 제가 말했었습니까? 마선국의 도깨비들은 인간에게 맨얼굴을 보이면 소멸합니다. 그래서 벗지 못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인간들이 주변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탈을 벗고 먹소.
우리들이야... 그쪽 눈에만 얼굴이 안 보이면 되는 거니까.
 
도깨비들의 얼굴이 궁금하지만,
 
최 요원에게 얼굴을 공개해 소멸하고 싶은 도깨비들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된다면 외부인인 최 요원이 곤란해질 게 뻔합니다.
 
최 요원:너처럼 일부 정도는 괜찮은 거고?
 
버들 도령:예,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최 요원:(확실히 사이가 안 좋으니까 도깨비들 자체에 대해서는 정보가 적다.) 음, 이건 몰랐네.
 
가판대에서 물건을 산 아이들은 상인 도깨비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골목길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들을 따라 골목길을 살펴보려던 그때, 청동 요원에 의해 제제 당합니다.
 
버들 도령:거긴 안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인간을 반기지 않는 놈들도 많거든요. 여기서까지는 나름대로 우호적이지만, 저런 골목길로 들어가면... 다른 요물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도깨비들이 많은 곳에 있는 게 그나마 안전할 겁니다.
 
최 요원:숨어 지내는 것도 신기하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이런 거리 골목길에 있을 줄은 몰랐어.
그럼~ 여기 도깨비들은 뭘 파는지나 보자! (가판대로 향해 물건들 살핀다.)
 
가판대
 
부네탈을 쓴 상인은 인간인 최 요원이 신기한지 힐끔힐끔 바라봅니다.
 
가판대를 살펴보면 갖가지 음식들이 나열된 모습이 보입니다.
 
도토리묵, 유과, 약과, 엿, 작게 잘려있는 약밥 등등….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네요.
 
버들 도령:...혹시 드시고 싶으십니까?
 
청동 요원은 주머니에서 엽전을 꺼내더니 골라보라는 듯 최 요원을 바라봅니다.
 
최 요원:나? 굳이 안 먹어도 괜찮은데.
 
버들 도령:축제 음식을 먹는다고 원래 세계로 못 돌아간다거나하는, 그런 치사한 짓은 안 합니다.
 
최 요원:그런 이유로만 말한 건 아니거든? 그럼 묵 하나만 사 줘.
 
청동 요원이 상인에게 엽전을 건네고 묵이 든 봉지를 받아 최 요원에게 내밉니다.
 
버들 도령:여기서 파는 도토리묵이 맛있긴 합니다. 가져가셔서 어르, ......?
...아무튼, 맛있을 때 빨리 드십시오.
 
최 요원:...으하하핫! 이건 내가 먹을 게 아니라서. 사 줘서 고마워.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행운 1 소모하여 결과를 보정합니다.
 
가판대 뒤에 있는 나무 방향으로 긴 짐승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최 요원:그런데 여기, 짐승들도 사나?
 
버들 도령:...짐승?
아.
......잠깐, 상인과 이야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청동 요원은 주변을 살펴보다가 작게 한숨만 내쉬더니
 
근처 상인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작합니다.
 
탈에 가려져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보이지 않고,
 
저 멀리서 말하기 때문인지 입 모양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거리에 혼자 남아 있으니 뭐 할 짓이 없네요.
 
✷ 듣기 판정 ✷
 
최 요원: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근처 나무 아래 정자에 말뚝이 탈을 쓴 도깨비들이 보입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저씨 같아요.
 
부채로 연신 자신의 얼굴을 부치더니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말뚝이2: 여름 다 간 거 맞어? 입추가 지났는데 나 원 참….
 
말뚝이1: 예전에는 이리 안 더웠던 것 같은디. 날씨가 너무 지랄 맞어.
 
말뚝이2: 그나저나 드디어 마지막 탈이 복원된다며?
 
말뚝이1: 뭐 글치.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게지! 허도령도 기뻐할 거야.
 
말뚝이2: 그래! 허도령… 아닌가, 류도령? 버들이? 그짝 맘고생이 참 심했잖어.
 
그들은 무어라 더 말하는 것 같더니 이내 소음에 묻혀버립니다.
 
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었나요?
 
더 가까이 가볼까 싶던 그때,
 
누군가가 최 요원의 옷자락을 잡아 당깁니다.
 
최 요원:아이고. 벌써 얘기가 다 끝났나? (고개 돌려 근원지 쳐다본다.)
 
잡힌 방향 그대로 내려다보면….
 
바닥에 주저앉은 탈이 보입니다.
 
이건 또 무슨 탈이죠.
 
아까 보던 부네탈, 말뚝이탈과는 달리 입이 삐뚤어져 있습니다.
 
이야기꾼:안녕이라네! 인간, 맞지? 이름이 뭐네?
 
최 요원: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다, 모르시나? 그런 건 본인이 먼저 말해주셔야죠~
 
이야기꾼:오! 내 소개를 안 했구만. 나는 이야기꾼이라네! 주로 이야기들을 사고팔지. 초랭이라고 불러도 된다네!
 
최 요원:저는 최 요원인데... 아. 성이 최고, 이름이 요원! 그거 맞아요.
 
이야기꾼:그래그래 최 서방! 내 인간 이름은 금방 까먹거든!
오, 자네 목의 그 멋진 나이테! 아주 팔만한 이야기처럼 보이는구만!
인간 세상이면 이곳과는 좀 더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나랑 교환하지 않겠네?
아무 이야기나 다 좋네. 여기 어떻게 왔는지나… 그런 과정을 알려줘도 좋다네.
 
최 요원:먼저 얘기하면 마선국 얘기를 해 주시나?
 
이야기꾼:마선국에 얽힌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이 이야기꾼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네.
 
최 요원:이 나이테 얘기는 좀 곤란하고... 제가 여기 찾는 사람이 있어서 왔거든요. 근데 그 사람이 본인 이야깃거리는 홀랑 까먹고 여기서 몇 백 년 살고 있다는 거예요, 글쎄!
그래서 그 사람을 밖으로 데려가야 하는데, 당장은 찾아도 별 방법이 없다~ 이거죠. 뭔 나무가 문이라는데, 혹시 나무에 대해서 아는 건 있으신가?
 
이야기꾼:오! 역시 인간들은 참 재밌단 말이지... 가끔 제 반쪽 찾겠다고 울며불며 마선국까지 흘러들어오는 인간들도 더러 있었네. 무어... 여기서 제 짝 찾아 무사히 나갔는지 까지는 이 이야기꾼도 잘 모르지만 말이네!
밖으로 나가는 방법은 안내자인 류 도령만 안다네! 그자에게 물어봐야 하네. 나무 이야기도 비슷하네!
 
최 요원:그래도 울며불며 찾을 때 들어올 수 있는 것도 행운이죠. 저는 꽤 오래 기다려서 겨~우 들어왔거든요. 아마 여기 시간으로는 거진 이백 년? 어휴, 마음 같아서는 오백 년은 더 기다린 것 같은데!
문이나 나무 얘기 아는 사람만 들어도 충분하긴 한데, 마선국 관련한 희귀한 얘기라던가... 그런 건 없을까요? 예를 들어 길쭉한 짐승이라던가?
 
이야기꾼:길쭉한 짐승이라고 하면... 흠, 흠흠... 역시 사자탈이겠네! 나처럼 아주 깜찍한 친구이지.
아무튼 고맙네! 덕분에 한동안 이곳에서 팔 이야기는 충분하겠어.
교환이라고 했으니 나도 최 서방이 원하는 마선국 이야기 하나쯤 알려주는 게 좋겠지! 거절은 거절이라네.
 
이야기꾼은 목을 큼큼 가다듬기 시작하더니
 
덩실덩실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얼핏 들어보면 저 멀리서 즐기는 장단에 어울릴법한 노랫가락입니다.
 
이야기꾼:그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이 있었지. 한 신령이 내려와 탈을 만들면 우환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 했다네!
 
얼쑤!
 
이야기꾼:그 마을에 유일하게 탈을 만들 수 있는 자는 허도령 말곤 없었지!
그는 작업실로 들어가기 전 어느 누구도 완성하기 전까지 들어와선 안 된다며 문을 굳게 닫았다네!
 
지화자!
 
이야기꾼: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 통 나오지 않으니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히 멀어졌겠지. 그걸 지키면 이야기겠네?
 
어허이!
 
이야기꾼:허도령을 사모한 한 인간이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문을 열어버리고 만다네!
눈을 마주하기 무섭게 피를 우루루루 쏟으니 바닥은 온통 젖어버린 채로다.
죽은 자도 산 자도 이걸 몰랐겠지 예상은 했다만 붉디 붉은 것은 바닥에도 만들던 탈에도 벽에 걸려있던 탈에도 모조리 튀어 오르니 꼭 얼굴 가죽을 벗겨 매단 것만 같질 않겠네?
 
문득 흉터가, 욱씬거립니다.
 
이야기꾼:엎어진 도령의 손에는 조각칼만 들려있는 게 꼭 지 목을 푸욱 찌른 것만 같질 않겠네!
 
욱씬욱씬.
 
좋다!
 
흥겹기만 하던 노래가 들으면 들을수록 기괴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요.
 
이야기꾼:목의 피가 우루루루 쏟아져 바닥을...
 
이야기꾼이라는 도깨비는 제 목을 조르면서
 
뭐가 그리 신나는지 추임새를 넣으면서 노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 요원, 산치 체크 (1/1d3)
 
최 요원: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1d3 시행합니다.
 
최 요원:2
 
이성치, 2만큼 차감됩니다.
 
아, 이건 진짜 힘든데….
 
버들 도령:하지 마시오!
 
어디선가 노기에 가득찬 목소리가 이야기꾼의 말을 끊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손목을 잡는 온기가 있습니다.
 
버들 도령:지금 이 자가 괴로워하는 게 안 보입니까!
 
이야기꾼은 신이 나서 덩실거리던 행동을 멈추고는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이야기꾼:오잉? 류 도령 왔네? 저기서 바빠 보이길래 좀 데리고 있어 줬더니 무슨 태도네!
 
버들 도령:......애먼 인간 괴롭히지 말고, 가서 다른 놈한테 이야기나 파시오.
 
이야기꾼:너무 야박할 건 또 뭐 있네!
그럼, 최 서방도 안녕이라네. 축제 잘 즐기다 가시게!
 
이야기꾼은 최 요원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더니 이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순간에 사라졌어요.
 
사라진 자리를 계속 바라보고 있자 하니 옆에 서 있는 청동 요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버들 도령:......괜찮습니까?
 
최 요원:음... 별 거 아니야. 괜찮아.
 
버들 도령:...이야기꾼한테 붙잡혀봤자 좋을 거 없습니다. 남의 고통은 생각 못 하고 자기 기준에서의 유희만을 쫓는 놈이라.
 
최 요원:남의 고통 하나하나 신경 쓰면 이야기를 어떻게 팔아? 본인 즐겁자고 하는 거 싫어하는 도깨비는 본 적도 없어요. 원체 노는 거 좋아하는 것들이니까. 진짜 괜찮아.
 
버들 도령:......그래도.
...아니, 괜히 말꼬리를 늘려 미안합니다. 당신이 괜찮다면 그런 것이겠죠.
 
주변에서 점점 더 소란스러워지는 게 보입니다.
 
다들 한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 또 뭐가 있는 걸까요?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바라보고만 있으면 근처에서 꽹과리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옵니다.
 
초랭이탈과 부네탈을 쓴 도깨비들은 장구를 연주하면서 나란히 걸어옵니다.
 
흰옷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3색으로 이뤄진 띠를 허리와 어깨에 교차로 맨 채
 
큰 깃발을 흔들면서 앞장서는 모습이 보입니다.
 
魑魅로 豐年이올세.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매로 풍년이올세.
 
초레 깃발에 적힌 글자 사이로 붉은 것이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치 피 같아요.
 
진하고 붉은 것들이 덩어리를 져서 떨어지면 길이 만들어집니다.
 
땅은 붉은 것들로 인해 색이 칠해지고,
 
행렬하는 도깨비들은 그것들을 밟고 지나가면서 발자국을 남깁니다.
 
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춤을 추고 붉게 젖어 들어간 길을 따라 전진하는 사이로 풍악을 울립니다.
 
그들이 가는 방향은 한 곳입니다.
 
깃발의 끝에 다다른 장소로 향하는 도깨비들이 보여요.
 
이것도 축제의 일부겠죠?
 
✷ ??? 판정 ✷
 
최 요원:
???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바닥에 시뻘건 게 흥건하기만 합니다.
 
보면 볼수록 속이 메스꺼운 와중에도 길이 익숙한 것만 같습니다.
 
일단 도깨비들을 따라가 볼까요?
 
따라가다 보면 넓은 공터가 보입니다.
 
공터 사이를 채운 수많은 도깨비는 무대 밖의 관중이 된 채 자리에 앉아 연신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짝! 짝! 짝!
 
곧 시작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걸 보면,
 
여기 이대로 서 있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기 구석에 두 자리가 보이네요. 가보면 될 것 같습니다.
 
놀이마당 근처에 떡 하니 서 있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최 요원:재, ...가자, 버들아. 저기 자리 있네!
 
버들 도령:...눈도 좋으십니다.
 
빈 공간에 들어가기 무섭게 도깨비들 사이로 꽉 찬 느낌이 듭니다.
 
축제를 보겠다고 공터 안에 많은 도깨비가 한곳에 모인 걸까요.
 
그때 징이 크게 울려 퍼집니다.
 
버들 도령:여기서 엇갈리면 골치 아프니, 일단 떨어지지 않게 옆에 잘 붙어 계십시오.
 
도깨비들은 저마다 기웃거리면서 무대를 바라보느라 점점 무게가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이러다가 깔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징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꽹과리를 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장구가 섞인 장단 사이로 상모를 돌리면서 전진하는 무리가 보입니다.
 
그들은 오방색의 천으로 이뤄진 띠를 맨 채
 
공터를 빙 둘러싸고 춤을 추고 있으면 곧이어 함성이 들려옵니다.
 
와아아아-!!!
 
굵은 나무들이 엮인 것들 사이로 한 도깨비가 올라타더니
 
제일 꼭대기 위로 올라가 붉은색 천을 이마에 감습니다.
 
곧이어 다른 굵은 나무가 나오더니
 
그 위에 올라탄 말뚝이 탈은 푸른색 천을 감싸는 모습이 보입니다.
 
행동이 끝나기 무섭게 말뚝이탈 혹은 부네탈을 쓴 도깨비들이
 
천을 매단 채 달려와 각자 맡은 나무를 붙잡고는 상대 나무와 맞붙기 시작합니다.
 
이리 쿵! 저리 쿵!
 
아이고 이놈아. 내가 이기네, 네가 이기네!
 
여러 번의 실랑이 끝에 한 나무가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가라앉는 것은... 붉은색 천을 매단 나무입니다.
 
끝에 푸른색 천을 매달은 도깨비가 승리하자 패배한 탈들은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몸이 꺼져가는 와중에도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그 움직임은 마치 흔들리는 불꽃처럼,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처럼,
 
강렬합니다.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 보니, 붉은색 팀을 밀어주던 도깨비들은 어디로 갔죠?
 
바닥에 여러 탈이 굴러다니다 춤을 추는 그들 사이로 가려집니다.
 
흥이 달아오른 대로 잔뜩 달아오른 관객석에서는
 
무대 안으로 들어가 같이 춤을 추는 도깨비들이 존재합니다.
 
대열이 흐트러져 앞으로 점점 몸이 밀리는 것 같은데….
 
어? 이러다가 휩쓸리겠어요!
 
✷ 민첩 판정 ✷
 
최 요원: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대로 쓸려나가는 와중에 버텨보는 중입니다만,
 
붙잡을 게 보이지 않아 큰일입니다.
 
버들 도령:…괜찮습니까.
 
다행히 청동 요원이 재빠르게 잡아준 덕분에 휩쓸리는 것은 겨우 면했습니다.
 
최 요원:여기에 더 있다가는 잘하면 깔리겠는데...
 
많은 도깨비들이 무대로 마련된 곳을 향해 달려드니,
 
넓기만 하던 공간은 빠르게 채워지기 무섭게 풍악이 크게 울려 퍼집니다.
 
아까는 싸움에서 이긴 자들만 춤을 췄지만,
 
지금 보면 관객들도 한데 어울려 춤을 추고 있습니다.
 
빠져 나가려던 와중, 갑자기 흰 털 뭉치 같은 것이 난입한 게 보입니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불쑥 최 요원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면서 꼬리를 흔들기 시작합니다.
 
덥수룩한 털 사이로 보이는 길게 찢어진 입, 검은 동공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보면…
 
탈 안에 누군가 있는 게 아닌 살아있는 생명인 것 같습니다.
 
이건, 사자탈?
 
매뉴얼에 적혀있지 않던 사항입니다.
 
사자탈은 청동 요원과 최 요원에게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입니다.
 
...쓰다듬어달라는 걸까요?
 
최 요원:아까 본 게 이 녀석이구나? (하얀 털 위에 손 얹어 쓰다듬는다.)
 
최 요원의 손길이 좋았는지 사자탈이 기뻐하며 꼬리를 마구 흔듭니다.
 
버들 도령:.......
 
주변을 살펴보던 청동 요원은 한숨을 내쉰 채 최 요원을 바라봅니다.
 
버들 도령:…여기 말고 다른 곳도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최 요원:방금 만났는데... (사자탈 한번 쳐다보다 아쉬운 손길로 몇 번 더 쓰다듬은 후에야 손 떼낸다.) 이제 가자.
 
청동 요원을 따라 걷다 보면 점점 축제 소리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숲으로 들어가 여러 나무들을 지나다 보면
 
2층 정도의 높이로 구성된 꽤 오래된 목조 건물이 보입니다.
 
구석구석에는 이끼가 끼어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활기찼던 시장통과는 반대로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버들 도령:여기입니다.
 
四. 이매가 당도하니 풍년이올세
 
청동 요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목조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따라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 요원:야, 말은 하고 가야지! (주변을 보던 시선이 급히 쫓아가 뒤따라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 기둥으로 이뤄진 벽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내부가 보입니다.
 
버들 도령:여긴... 신당입니다.
신령님을 모시는 곳이라서 너무 시끄러우면 안 됩니다.
...일단, 도령은 잠시 여기 계십시오.
 
청동 요원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버립니다.
 
…?
 
그리고 약 30분이 지났습니다.
 
잠깐이라고 말하던 청동 요원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네요.
 
…여기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안을 살펴봐도 되지 않을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탁자, 2층 계단, 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탁자 2층 계단 
 
최 요원 , 탁자를 살핍니다.
 
탁자를 살펴보면 온갖 먼지가 가득합니다.
 
여기… 청소를 잘 안 했나 봐요.
 
시커먼 먼지는 이곳이 얼마나 방치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탁자 틈 사이로 나무 조각이 보입니다.
 
반질반질한 걸 보아하니 무언가 조각할 때 나온 파편 같기도 합니다.
 
최 요원 , 2층 계단으로 갑니다.
 
아까 청동 요원은 2층 계단으로 올라갔었죠?
 
잠깐 기다리라고 했는데 아직도 내려오지 않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나 싶습니다.
 
한 번 올라가 볼까요?
 
...올라가려고 다가가다 갑자기 투명한 막에 부딪치고 맙니다.
 
일렁이는 형체가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건드려보면 방금 전처럼 똑같이 일렁이네요.
 
이곳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듣기 판정 ✷
 
최 요원: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 위에서 무언가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착각일까요?
 
이 아래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곳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최 요원 , 벽을 살핍니다.
 
나무 기둥으로 이뤄진 벽입니다.
 
아까 봤던 부네탈, 말뚝이탈, 초랭이탈 말고도 8개의 탈이 전시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양반탈이나, 각시탈 같은 예전에 텔레비전이나 교과서에서 봤던 것들이 걸려있습니다.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다른 탈과는 달리 입 부분이 떨어져 있는 이매탈에 눈이 갑니다.
 
이건 원래부터 입 부분이 존재하지 않았죠?
 
버들 도령:그건 건드리지 마십시오.
 
언제 2층에서 내려왔는지, 한 손으로 낡은 나무 상자를 들고 있는 청동 요원이 보입니다.
 
버들 도령:잘못 건드려서 깨지면... 그걸 쓴 도깨비들 탈이 부서질 수도 있습니다.
여긴, 역할에 따라 쓰는 탈이 다릅니다.
음... 이 부분은 아까도 설명했으니 넘어갑시다.
 
중앙으로 다가가 탁자 위에 놓인 상자를 살펴보자,
 
그 안에는 투명한 구슬과 함께 두꺼운 나무가 보입니다.
 
이게 뭘까요?
 
버들 도령:아까... 제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일러 드렸었지요.
탈의 복원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최 요원:그게 마지막 탈이야?
 
버들 도령:...예, 이게 마지막 탈입니다.
 
최 요원:복원은 어떻게 하는 건데?
 
버들 도령:의식이 있습니다. 말은 거창한데... 따로 주문을 외울 필요는 없고, 눈을 감은 채로 이 구술에 손을 올리고 있으면 됩니다.
 
최 요원:...손 올리고 눈 감는 게 끝이야?
 
버들 도령:복잡하게 만들어봤자 인간들은 머리 아프다고 안 좋아하니... 약식입니다.
 
그래요, 그럼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볼까요?
 
구슬에 손을 올리자 청동 요원은 옆에서 작게 중얼거리지만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정신력 판정 ✷
 
최 요원: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언가가 빠져나간 기분이 듦과 동시에, 어지러움이 밀려옵니다.
 
눈을 깜빡이면 깜빡일수록 일그러지는 시야에 그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립니다.
 
이게, 무슨…. 사람의 생기를 빼앗는 형태인 건가?
 
버들 도령:저, 괜찮... 습니까?
 
청동 요원이 안절부절 못 해하며 당신을 다급하게 부축합니다.
 
분명 무언가 아는 눈치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방금까지만 해도 어지러웠던 기분은 청동 요원과 접촉하자마자 사라집니다.
 
최 요원:대체... 이게 무슨 의식이라는 거야?
 
버들 도령:......일단 여기서 나갑시다.
 
최 요원:잠깐만, 대답 좀 해 봐. 탈을 복원하는 게 맞긴 해?
 
버들 도령:예, ...맞습니다. 여태껏 같은 방식으로 탈을 복원해왔으니까요.
 
최 요원:같은 방식이라는 게 뭔데? 사람을 대신 갈아 넣는 거?
 
버들 도령:(......!) 소리를 낮추십시오. 듣는 귀가 없을 것 같습니까?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합니다. 당신 안색도 많이 좋지 못 하고, ...예?
 
최 요원:그건 네가, ...그래, 나가면 말한다는 거지?
 
버들 도령:.......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청동 요원은 말없이 당신을 잡아 끌었습니다.
 
신당 밖으로 나가면서 탁자 위에 나무로 만들어진 탈이 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디자인입니다.
 
밖으로 나와 숲을 지나 장터로 이동합니다.
 
차라리 신당보단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에 좀 더 살만합니다.
 
근데, 부탁하는 일은 이걸로 끝인 걸까요?
 
청동 요원은 걸음을 천천히 멈추고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탈 너머의 눈동자가 무슨 색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건만, 보이지 않습니다.
 
버들 도령:......탈의 복원은.
 
할미탈:류 도령?
 
버들 도령:......아.
 
할미탈:자네를 찾고 있었어.
 
신당에서 봤던 탈 중 하나를 쓴 노인이 보입니다.
 
지팡이를 짚은 채 다가오다 최 요원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합니다.
 
할미탈:탈을 안 쓴 걸 보니 인간이구만? 나는 할미탈이라 불러주시게.
원로들이 류 도령을 찾아서 그런데 잠깐 데려가도 되겠나? 아주 잠깐이면 돼.
 
최 요원:......네, 뭐. 돌아오기만 하면요.
 
할미탈:그래, 고맙네. 오래 걸리진 않을 걸세.
 
버들 도령:...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대신, 어디 외진 곳에만 가지 마십시오. 그럼 괜찮을 겁니다.
 
청동 요원은 최 요원에게 연신 신신당부를 하면서 엽전 3냥을 쥐여줍니다.
 
할미탈은 얼른 오라는 듯 청동 요원을 재촉하기 시작합니다.
 
계속 달달 볶자 알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할미탈을 따라 사라집니다.
 
안내자라는 역을 가지고 있으니 바쁠 만도 하겠죠.
 
...청동 요원이 떠난 이후, 주변을 둘러보면 상점이 즐비합니다.
 
외진 곳에만 가지 말라고 했으니 다른 가판대 구경이나 놀이 구경을 해볼까요?
 
마음 같아선 뒤를 밟고 싶지만,
 
당장의 큰일은 없을 듯 하니 축제를 돌아보며 매뉴얼을 보충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가판대를 돌아다니니, 아까와는 다른 음식과 놀이가 보입니다.
 
달고나, 호밧엿, 메밀묵 외에도 제기차기, 투호 던지기 등등의 놀이를 보던 그때,
 
저 멀리서 우다다닥! 하는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린 도깨비1: 인간이야?
 
어린 도깨비2: 인간이래!
 
어린 도깨비3: 인간!!!
 
어린 도깨비들의 얼굴에는 아까 벽에 붙어 있었던 초랭이탈이 보입니다.
 
그들은 최 요원의 주위를 빙 둘러싸더니 덩실덩실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어린 도깨비1: 인간은~ 너무 나약해!
 
어린 도깨비2: 나약해!
 
어린 도깨비3: 한 인간 때문에 피를 토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어린 도깨비2: 도망가고 말았다네요~
 
어린 도깨비1: 비겁한 인간! 나약한 인간!
 
이게 무슨 노래인가요?
 
밝은 가락 사이로 들려오는 가사들은 기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상황에도 다른 도깨비들은 박수를 치면서 지나갑니다.
 
어린 도깨비2: 이봐 인간! 우리 두목이 불러.
 
어린 도깨비3: 맞아. 얼른 가자.
 
어린 도깨비1: 가자! 가자! 가자!
 
청동 요원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건 또 뭔가 싶습니다.
 
어린 도깨비 셋이서 최 요원의 왼팔, 오른팔, 옷자락을 잡은 채 계속해서 끌어당깁니다.
 
어떻게 할까요?
 
최 요원:...두목이 누구인데?
 
어린 도깨비2: 가보면 알아!
 
어린 도깨비3: 알아~
 
최 요원:인간은 나약해서 안 들으면 못 가는데?
 
어린 도깨비들은 말문이 막혔는지 입술을 합 다물었다가,
 
갑자기 울먹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바닥에 팩 드러눕습니다.
 
어린 도깨비1: 가자아아아아!!!!
 
어린 도깨비3: 가야 돼 가야 돼! 두목이 시켰단 말이야!
 
어린 도깨비2: 도령 나빴다! 우리 말 안 들어주고!
 
최 요원:아이고... 알겠어, 알겠어. 울면 호랑이가 내려와서 물어간다?
빨리 일어나서 가자! 대신 나도 오래는 못 있어.
 
어린 도깨비1: 끕, 끄읍… 킁.
 
어린 도깨비2: 야 울지마! 호랑이가 물어간대!
 
어린 도깨비3: 빨리 데려가...
 
 
五. 보름에 어영차 기우니
 
어린 도깨비들을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외진 곳으로 들어갑니다.
 
골목길 그림자 사이로 적안, 벽안, 자안, 금안, 등등의 눈동자 색이 보이다 사라집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슬아슬한 천막은 금방이라도 기울어질 것 같습니다.
 
막대에 묶인 오색 천들이 바닥에 꽂혀 이리저리 펄럭입니다.
 
앞장서던 어린 도깨비들은 두목!!! 을 외치면서 저 멀리 뛰어갑니다.
 
어린 도깨비1: 두목! 우리가 데려왔어!
 
두목:어어. 왔냐? 수고했다.
 
입이 뒤틀린 초랭이탈을 쓴 두목은 의자에 비스듬하게 앉아있습니다.
 
두루마기를 걸친 덥수룩한 장발의 도깨비는 최 요원을 빤히 바라봅니다.
 
두목:이놈들이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니지? 마음에 들었을지 모르겠네.
이 나라 도깨비들이 워낙 흥이 좋은 걸 우째.
아…. 용건은 이게 아니지. 인간 네 이름이 뭐냐? 이 몸은 편히 두목이라고 부르면 된다. 존경의 의미로 두목님이라고 부르면 더 땡큐고.
 
최 요원:최 요원인데, 음~ 최 씨에 이름이 요원이요. 애들 말로는 두목이 부른다고 가자던데...
 
두목:그래, 김 서방!
너도 나랏일하는 김 서방 맞지? 우리가 암만 세상을 따시키고 있다곤 해도 바깥 일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다.
너희도 알겠지만 우리도 다들 모르는 척 하는 거야.
최 요원이라고? 그래 최 요원. 마선국에 더 깊게 관여하지 마. 우리가 눈감아 주는 것도 여기까지지 두 발로 멀쩡히 걸을 수 있을 때 이 나라에서 나가는 게 좋을 거다.
본디 탈이라는 것도 음양이 섞여야 만들 수 있는데 음기만 가득한 나라에서 뭘 할 수 있겠냐.
양기 다 빨려서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면 오래 있지 말어. 인간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다.
 
두목:앙? 왜 그런 눈으로 보냐? 표정 봐라. 아주 도깨비 잡겠네.
 
두목이라는 도깨비는 여전히 최 요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간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다. 라고 말하는 걸 보니 최 요원을 도와주려는 걸까요?
 
최 요원:축제 때면 필연적으로 마선국과 인간이 엮이게 되어 있다던데, 이런 부분에서는 저도 어쩔 수가 없어서요~ 참. 그리고 아직 제가 여기에 목적이 남아 있어서 당장은 어렵고, 방법만 알게 되면 바로 나갈 생각이니까... 조금만 참아주시면 소원이 따로 없을 것 같은데!
탈 복원에도 인간이 꼭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아마 말씀대로면 인간을 정말 갈아 넣어야 해서 그런가?
 
두목:에휴... 말도 마라. 아마 저 바깥 도깨비들은 다 알고서도 입 다물고 있겠지만 두목은 다르지.
도깨비들에겐 없는 양기가 있어야지 탈을 만들 수 있으니 축제마다 하나씩 물어오는 거야. 오 근데 이상하게, 너는 왜 도령이냐? 저번엔 낭자였는데.
양기 다 빨린 인간들 최후야 다 비슷한데...... 어휴 됐다. 너도 그 꼴 나기 싫으면 얼른 나가래도?
 
최 요원:아이, 아직 못 나간다니까요? 나가는 길도 알기만 하지 여는 법을 몰라서 나갈 수가 있어야죠. 나랏일 한다고 받는 물건도 여기선 통하지가 않는데, 마음대로 나갈 수 있으면 저희가 여길 왜 애 먹으면서 나가게요? 그냥 홀랑 나가지!
 
두목:아 잠깐. 너 혹시 버들이 걔가 아는 놈이냐? 그놈도 도깨비굴 처박히기 전까지 밖으로 나가겠다고 내 멱살을 어찌나 흔들던지. 그때 탈 새로 만들었다니까 크하하!
아 뭐… 지금은 버들 그놈이 허도령 뒤집어쓰고 잘 적응해서 살고 있긴 한데.
그거 자기가 하겠다고 한 거다? 나만 말렸지 원로들은 쌍수들고 환영했지만.
허도령처럼 도깨비로 만들겠다고 도깨비굴에 밀어넣고 육십 일을 묵혀서 그 정도야. 여기 떨어진 지 반년 밖에 안 됐는데 저렇게 적응 잘 하는 놈도 처음 봤다야. 원로들도 좋다고 아주 싸고 돌아.
 
최 요원:걔도 다 그럴 이유가 있었겠죠. 아니고서야 그런 거 하겠다고 할 놈이 아닌데... 기다리는 거 아무리 잘한다 해도 놀음판에 뛰어드는 애는 아니거든요.
혹시 싶어서 묻는 건데, 도깨비들은 마선국 밖으로 못 나가요? 문 열려도?
 
두목:우리야 나가자마자 켁! 이지. 인간 세계는 양기가 많아도 너무 많거든. 감당 못 하고 몸이 터져서 소멸행일걸?
아무튼, 이런 말 하려고 귀하디 귀한 곳에 누추한 분 모셔봤다.
 
두목은 품에서 무언갈 뒤적거리더니 최 요원에게 던집니다.
 
낚아채보니 초록색 비단으로 만들어진 주머니입니다.
 
달그락 소리가 들려오는데….
 
뭐가 들어 있는진 잘 모르겠네요.
 
두목:열어 봐.
 
최 요원:뭐길래 비단에... (손 위에서 무게 가늠하다 주머니 열어본다.)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종지와개암 열매가 보입니다.
 
도깨비와 친숙한 최 요원도 아주 잘 아는 것들이네요.
 
팥은 도깨비들의 탈을 녹이고, 개암 열매를 씹으면 도깨비들이 무서워하지요.
 
두목:김 서방아. 너 이거 어떻게 쓰는지 알지? 무슨 일 있으면 써먹어라.
이야…. 이 정도면 착한 도깨비 아니냐. 요즘 말로 그, 뭐더라. 캡숑 짱? 그래, 캡숑인 이 몸이다.
고리타분한 놈들이랑은 다르게 유행어도 쓰잖냐!
 
최 요원:(같은 세대 같은데?) 요즘 애들은 또 그런 거 안 씁니다, 두목님~
여하튼, 이건 잘 쓸게요. 쓸 일이 없는 게 더 좋겠지만!
 
두목:그래. 어여 가봐. 버들이가 걱정하겠다.
뭐하냐 얘들아! 잡아 먹히지 않게 안내 안 하고!
 
두목은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어린 도깨비들을 부르기에 정신없습니다.
 
✷ 건강 판정 ✷
 
최 요원:
건강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순간적이지만 눈앞이 흐려져 그 자리에서 비틀거립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우렁찬 목소리에 어디로 사라졌나 싶었던 도깨비들이 휙휙 나타나 최 요원의 손을 잡습니다.
 
어린 도깨비2: 어디 아파? 얼른 갈까?
 
어린 도깨비1: 두목 우리한테 맡겨!
 
어린 도깨비3: 빨리 안녕해. 안녕!
 
최 요원:어휴... 내가 정신이 안 드네, 정신이 안 들어.
...안녕히 계세요, 두목님!
 
두목:오냐! 또 보자!
 
가볍게 손을 흔드는 두목을 뒤로 한 채 골목길을 굽이굽이 빠져나옵니다.
 
여전히 최 요원 곁을 맴도는 눈동자들이 보입니다.
 
어린 도깨비들은 엉덩이를 씰룩쌜룩 흔들더니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어린 도깨비1: 두목은 거짓말쟁이~
 
어린 도깨비2: 인간 싫어한다면서 좋아하고~
 
어린 도깨비3: 여기서 안 죽으면서~ 죽는다고 한다!
 
어린 도깨비1: 두목 말 다 믿지 말어~
 
어린 도깨비2: 말어~
 
어린 도깨비3: 말어!
 
노랫말이 멈추기 무섭게 도착한 곳은 아까 있었던 바로 축제 한복판입니다.
 
분명 하늘이 푸르렀던 것 같은데 점점 노을이 지는 게 보입니다.
 
어린 도깨비 셋은 최 요원을 올려다봅니다.
 
칭찬이라도 해달라는 걸까요?
 
어린 도깨비1: 김 서방 김 서방! 잘 데려왔으니 호박엿 하나만.
 
어린 도깨비2: 아니 둘!
 
어린 도깨비3: 아냐 셋!
 
최 요원:기다려 봐, 아까 받았던 엽전이 몇 개더라... 하나였던 것 같은데?
 
어린 도깨비1: 이익… 그걸론 택도 없다!
 
어린 도깨비2: 없는데!
 
어린 도깨비3: 그럼 나만 주라!
 
최 요원:그러면 안 되지! 그거 알아? 인간도 요술 부릴 수 있는 거. 자자, 잘 봐야 한다? (엽전 세 개 잘 겹쳐 보이다, 손 안에 감추고서 바람 후 불어 요란하게 꺼내 펼친다.) 짜잔, 신기하지? 어때?
 
현란한 손기술에 어린 도깨비들의 눈이 별보다 반짝거립니다.
 
어린 도깨비2: 우와아아아!!!!!
 
어린 도깨비3: 두목보다 더 짱이다!
 
어린 도깨비1: 어떻게 했어? 나도 가르쳐 주면 안 돼?
 
어린 도깨비3: 나도!
 
어린 도깨비2: 그럼 호박엿도 백 개 만들자!
 
최 요원:어허, 인간들은 연약해서 요술 막 하다가는 기가 다 빠져서 못 살아. 이제 세 개는 살 수 있을 테니까 가자!
 
최 요원이 주변 도깨비 상인에게 호박엿을 사서 나누어 주면,
 
어린 도깨비들은 신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골목길로 뛰어가 사라집니다.
 
사라진 골목길을 바라보고 있을 때쯤,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버들 도령:최 도령!
 
이크, 아무래도 장터에 없었단 걸 들킨 것 같습니다.
 
버들 도령:대체 어디 갔다가 이제 온 겁니까!
여기서 길 잃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습니까?
설마, 골목길로 가신 건 아니, ......정말 간 겁니까?
 
최 요원:왜 화를 내고 그래? 잠깐 애들 놀아주러 어디 다녀온 거야. 골목길은 안 갔다니까 그러네.
 
버들 도령:아무리 찾아다녀도 당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 도령이 갈 곳이 거기밖에 더 있습니까?
내가 분명, 이상한 놈들이 많다고 그리 신신당부를 했는데…!
왜 그리 부주의하십니까. 잡아 먹히고 싶어서 이러십니까?
 
꽤 당신을 찾아 헤매었는지 목소리 사이로 숨이 헐떡거리는 게 들립니다.
 
청동 요원은 계속해서 최 요원한테 잔소리를 합니다.
 
우와, 듣다 보면 귀가 아플 지경이에요.
 
최 요원:으음, 아까는 대답도 안 하더니 이제 와서 말이 다 트였나? 사지육신이 다 멀쩡한데 뭘 또 그래. 내가 부주의한 게 아니라, 네가 과보호인 거야.
 
버들 도령:그거야 요원님이 항상!
......항상?
 
최 요원:......
그리고, 거기는 네가 말 안 해주는 것도 알려주던데? 뭐가 손해라고.
 
버들 도령:...거기?
 
최 요원:그런 게 다~ 있어.
 
버들 도령:.......
 
: 길 막지 말고 저리 비켜!!!
 
누군가가 최 요원을 밀치고 달려갑니다.
 
방심하고 있던 사이에 밀쳐진 몸은 중심을 잡을 틈도 없이 빠르게 뒤로 쓰러집니다.
 
엉? 이러다 넘어지겠는데?
 
버들 도령:…여기서만 몇 번을 넘어지려고 하는 건지. 이러니 눈을 못 떼는 겁니다.
 
청동 요원이 빠르게 최 요원을 잡은 덕분에 바닥에 뒤통수를 꽂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게요. 도대체 여기서 몇 번이나 넘어지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도깨비들이 장작을 가지고 달려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일렬로 지나가는 그들은 최 요원의 무릎까지 오는 키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작네요.
 
쫄래쫄래 이동하는 동선은 축제가 있었던 곳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버들 도령:도깨비들은 불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밤이 되면 달집을 태웁니다.
불을 피우기 전, 종이에 소원을 빌어서 적기도 하는데... 말이 나온 김에 저쪽으로 가보시겠습니까?
 
최 요원:안 가면 할 것도 없는데, 가자. 도깨비들은 보통 어떤 소원 비나?
 
하늘은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습니다.
 
완전한 저녁이 찾아오자 장작을 들고 가던 도깨비들은 일렬로 덩실거리면서
 
무대 중앙으로 지푸라기나 나뭇가지를 쌓고 있습니다.
 
차곡차곡 쌓인 장작 사이로 지푸라기가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소복이 올라간 그것들을 밧줄로 꽁꽁 동여맵니다.
 
청동 요원은 달집 만드는 모습을 응시하다, 고개를 돌려 최 요원을 바라봅니다.
 
버들 도령:도령,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 건강 판정 ✷
 
최 요원:
건강
기준치: 65/32/13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방금까지만 해도 어질어질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슨 일 있냐는 듯 가뿐합니다.
 
최 요원:지금은 좀 괜찮은 것 같은데? 멀쩡해.
 
버들 도령:...다행입니다.
 
종이를 받아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 내려가는 다른 도깨비들이 보입니다.
 
저게 소원을 비는 종이겠죠?
 
다 적은 종이를 푸른 끈을 단 부네탈에게 건네면 달집에 달아두는 형식 같습니다.
 
청동 요원은 근처에서 종이와 붓을 받아와 최 요원에게 건넵니다.
 
버들 도령:여기에 쓰시고, 다 적으면 푸른 끈을 매달고 있는 도깨비에게 주면 됩니다.
 
최 요원: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소문 나면 안 이루어지려나?
 
버들 도령:어떤 소원은 감추어야 이루어지고, 어떤 소원은 멀리 퍼져야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습니까. 도령이 어떤 소원을 비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최 요원:내 건... 알려지면 원로님들 노하셔. (문득 이매탈을 응시하던 시선을 종이로 옮겨 붓으로 천천히 글자를 새긴다.) 넌 어떤 소원 빌 건데?
 
버들 도령:......저는. (하얀 종이를 빤히 내려다 보며 입을 연다.) 그다지 바라는 것이 없어서요. (상대의 붓 끝이 움직이는 걸 지켜보며 자신도 따라 움직인다.) 최 도령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빌겠습니다.
 
최 요원:굳이 그렇게 안 해도... (제 종이에 적힌 글자 여러 번 훑다 미소 짓는다.) 내 소원은 꼭 이루어질 거거든. 이루려고 여기 온 것도 있고.
다 적었으면 내러 가자.
 
부네탈에게 종이를 건네면 달집으로 다가가 묶는 모습이 보입니다.
 
마감-!
 
부네탈은 마감이라는 말만 연신 외치면서 종이를 수거합니다.
 
자칫하면 소원 종이도 매달지 못할 뻔했습니다. 운이 좋았네요.
 
아쉬워하는 도깨비들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횃불을 들고 와 지푸라기에 가져다 댑니다.
 
불은 삽시간에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저녁 하늘 사이로 보이는 것은 새빨간 화염과 함께 춤추는 그림자들입니다.
 
도깨비들은 아쉬워하던 것도 잠시,
 
청동 요원과 최 요원이 달집을 벗어나기 전에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외치며 주변을 둘러쌉니다.
 
안에 있는 도깨비들은 달집에 붙은 불씨를 깡통 안에 넣어 쥐불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둥글게 그려진 원의 불꽃이 튀고,
 
강강술래 뛰놀며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하늘에서는 집채만 한 흰 새가 달집으로 내려와 울부짖습니다.
 
저 새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불가로 다가가면서 날개를 펄럭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새의 모습인데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군요.
 
버들 도령:인면조입니다. 불을 좋아해서 찾아온 겁니다.
 
청동 요원은 최 요원에게 조용히 인면조라고 속삭입니다.
 
다른 도깨비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기쁘게 환호하고 있습니다.
 
청동 요원도 그런가요?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다른 도깨비들처럼 온전히 축제를 즐기진 않는 것 같습니다.
 
뭔가 경계를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낮과는 달리 저녁에 가까워지니 또 다른 분위기입니다.
 
한창 무르익어가던 중, 청동 요원이 다시 작게 속삭입니다.
 
버들 도령:축제가 끝나가는 마지막 날 밤엔, 인간 세상과 연결되는 문이 열립니다.
날이 밝으면 그대로 닫혀서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서둘러야...
 
그때, 쾅-! 소리와 함께 달집이 바닥으로 무너집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타오르던 불이 잿더미와 함께 작아진 모습을 보이자마자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인면조는 날개를 펼치더니 하늘로 날아올라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그 모습을 본 어린 도깨비들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신나던 축제의 분위기가 가라앉았습니다.
 
우는 소리와 동시에 돌고 있던 도깨비들은
 
돌던 속도를 점점 올려 걷던 속도에서 뜀박질로 빨라집니다.
 
✷ 듣기 판정 ✷
 
최 요원: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울고 있나요?
 
아뇨. 그들은 웃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은 채 깔깔 웃고 있습니다.
 
웃음 소리가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점점 늘어납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번진 웃음소리와 함께 잿더미 사이로,
 
다 죽어가던 불씨가 점점 새빨간 몸집을 키워나가 넘실거리듯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점점 청동 요원과 최 요원에게로 불길이 기우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요?
 
술래좋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달떠온다 달떠온다 강강술래
 
저기임 붙잡아라 붙잡아라 강강술래
 
억신억신 좁혀가세 강강술래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손을 맞잡고 부르는 노래들 사이로 들려오는 웃음소리,
 
모든 탈이 청동 요원과 최 요원을 향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좁혀와 뒤로 걸음을 무르면 타오르는 불꽃에 닿을 것만 같습니다.
 
그들은 서서히, 좁혀오기만 할 뿐이에요.
 
청동 요원은 당신의 손목을 붙잡은 채 연신 주변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버들 도령:…...젠장, 빠져나갈 틈이.
 
이대로는 잡히거나 불에 타버릴 것 같습니다.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이 필요합니다.
 
최 요원:...잠깐만, 손 좀 놔 볼래? 이걸 꺼낼 수가 없네.
 
버들 도령:...예?
 
두목이라는 도깨비가 준 초록색 비단 주머니가 떠오릅니다.
 
주머니를 풀자, 종지에 싸인 팥과 갈색 열매 1개가 쌓여있는 게 보입니다.
 
종지에 글씨가 적혀 있어요.
 
OTL 둘러싸였을 때 도망치기 지존 도움
 
치익-!
 
최 요원이 팥을 던지자 무언가 녹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손을 맞잡으면서 거리를 좁혀오던 도깨비들은 던진 팥에 당황해 얼굴을 가립니다.
 
그들은 우왕좌왕 거리면서 걸음을 멈춥니다.
 
걸음을 멈추고 정신을 못 차리는 지금이 기회인 것 같습니다.
 
얼른 저 틈 사이로 도망칩시다.
 
✷ 민첩 판정 ✷
 
최 요원: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도깨비들은 아직 정신이 없는지 탈을 쓰기에 급급합니다.
 
청동 요원과 함께 도깨비들 사이로 빠져나오는 것을 성공합니다.
 
버들 도령:…여기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청동 요원의 이매탈에도 살짝 금이 간 게 보입니다.
 
팥을 던질 때 그에게도 일부가 튀었나 봐요.
 
떨어진 나무 조각 틈으로 얼굴이 자세히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갑자기 왜 저런 행동을 보이는 걸까요?
 
버들 도령:저에게도 화가 나서 저러는 겁니다. ...일단, 숲으로 가죠. 거기 숨어있으면 그나마 안전합니다.
 
새빨간 불꽃들이 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디 갔어! 우리랑 놀아야지!
 
외침이 간간이 들려오는 걸 보니 금방이라도 잡힐 것 같아요.
 
빨리 숨는 게 좋겠죠.
 
그때,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 ??? 판정 ✷
 
최 요원:
???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잠깐만요. 오른쪽 길로 쭉 이동하다가 꺾으면 될 것 같은데….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최 요원:야, 버들아. 이게... 그러니까. 아, 모르겠다! 일단 좀 가자! (아무런 설명 없이 손목 잡아채 무작정 달린다.)
 
버들 도령:...???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시간도 없을뿐더러 도깨비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일단 가볼까요? 가보자고요!
 
이 숲을 예전에 와본 적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구조 작업을 하러 왔을 때에도 이곳은 금제 구역이었습니다.
 
분명 최 요원의 기억 속에서는 그렇습니다.
 
와본 적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
 
익숙하다고 느끼는 건 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최 요원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이동합니다.
 
나무를 가로지르면서 뛰자, 점점 둘의 숨소리만 가득 채웁니다.
 
놀자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따돌렸다는 걸 알게 됩니다.
 
다른 곳은 나무가 빼곡한 것에 비해 여긴 빈 곳이 존재합니다.
 
트여 있는 장소는 아니니 다른 도깨비들이 찾기 어려워하겠죠.
 
버들 도령:이런 곳이 있다는 건...... 대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
 
최 요원:아이고, 삭신인지 머리인지 아파 죽겠네. 뭐라고?
 
버들 도령:.......
됐습니다.
...아무튼, 이 숲은 가끔 길을 바꾸기도 하니 저놈들도 쉽게 여기까지 오지는 못할 겁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은 하지만 청동 요원은 영 불안한지 달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걸로 시간을 알 수 있는 걸까요?
 
방금까지 정신이 없었는데 주변도 조용해지고,
 
열심히 뛰다가 앉아있으니 긴장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눈을 깜빡거리다 완전히 암전됩니다.
 
다시 눈을 떠보면, 최 요원은 낮에 있었던 축제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에? 분명 밤 아니었나요.
 
이것도 도술의 일종인 걸까요?
 
아니면 설마 나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잡습니다.
 
최 요원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려고 하는데… 몸이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아까까지만 해도 잘만 움직이던 몸이 굳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최 요원이 원하는 대로 안 움직인다고 보는 게 맞겠죠.
 
✷ 이성 (1/1D2) 판정 ✷
 
최 요원: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치, 1 만큼 감소합니다.
 
천천히 몸이 움직이더니, 고개가 들어집니다.
 
보이는 것은 손을 잡은 상대의 뒷모습뿐,
 
도깨비들로 북적거리는 장터를 지나가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계속 거리를 거닐고 있으면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사각-
 
눈을 감았다 뜨면, 투호 던지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손에 들린 것은 뭉툭한 화살촉이 달린 화살이에요.
 
통 안으로 던지면 항아리 안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서 투호를 던진 적은 없지 않나요? 의아함도 잠시.
 
사각-
 
귓가에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다른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투호에 이어서… 다음 장면은 상인 도깨비들과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잘 들리진 않지만, 최 요원의 손에 작은 약과를 쥐여줍니다.
 
아니, 나한테 뭘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
 
사각-
 
장터와는 다른 공간이 보입니다.
 
아까 들렸던 신당이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최 요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탈입니다.
 
✷ 지능 판정 ✷
 
최 요원: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런 탈을 본 적이 있던가요?
 
허 도령:…수고했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이매탈입니다.
 
류재관이 아닙니다.
 
게다가 아까 입었던 옷과는 다른 것 같은데….
 
같은 탈이지만 목소리도, 얼굴도, 모든 것이 다릅니다.
 
허 도령:이희아 이제 집에 갈 수 있을 거야.
 
그 이름이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당신의 기억을 조금만 뒤적여도 깨달을 수 있죠.
 
마선국에서 실종된 이는 많지만, 사망한 이는 드물거든요.
 
이희아.
 
마선국 내에서 실종되었다가 그곳에서 빠져나와 사망한 자의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이희아의 기억일까요. 청동 요원이 허 도령을 대체하기 전의.
 
사각-
 
배경은 낮에서 다시 밤이 되었습니다.
 
눈을 감았다 떠보면 이곳은… 처음 만났던 장소입니다.
 
큰 나무의 몸통 부분이 일렁이는 게 보입니다.
 
허 도령:이 안으로 들어가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
 
허 도령의 말에 나무 쪽으로 다가갑니다.
 
이건 언제까지 보여주는 걸까요.
 
그때, 허 도령이 탈 끈을 풀어 이매탈을 벗습니다.
 
얼굴을 감쌌던 탈이 사라지자 보이는 그의 모습은,
 
…보이나요? 아뇨. 보이지 않습니다.
 
얼굴이 새까맣게 그림자가 져 어떻게 생겼는지 안 보입니다.
 
허 도령:......하, 하하.
안 되는구나.
 
허 도령은 잠시 허탈하게 웃더니 이내 탈을 고쳐 씁니다.
 
허 도령:…다음에 또 보자.
 
✷ 듣기 판정 ✷
 
최 요원: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 같기도 합니다.
 
허 도령:미안.
 
시야가 암전됩니다.
 
풍경도, 허 도령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수백, 수천 개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귀가 하나도 안 아파요.
 
검은 공간 속에서 이제 집에 돌아갈 수 있나 싶던 그때,
 
왈칵.
 
속에서 피 맛이 느껴집니다.
 
기침을 터트리자 바닥으로 떨어지는 진득한 액체는 땅을 붉게 적십니다.
 
왜? 어째서?
 
죽어라 움직이지도 않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찾아오는 심장의 고통은 최 요원의 몸을 옥죄고,
 
숨조차 쉬기 어렵게 만들어요.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이렇게 죽는 건가 싶을 때쯤.
 
버들 도령:......도령.
 
보이는 것은 숲입니다.
 
옥죄어오던 가슴이 더는 아파오지 않아요.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는데 숨도 제대로 쉬어집니다.
 
놀란 눈으로 청동 요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갑니다.
 
버들 도령:그, 고단하셨는지 졸고 계시기에... 괜찮으십니까?
 
졸았다고요? 하긴, 이곳에 온 것도 자정이었습니다.
 
밤을 꼬박 새우면서 이곳을 돌아다녔네요.
 
그럼 아까 봤던 장면들은 모두 꿈이었던 걸까요?
 
잠깐 자고 일어나니 머리는 개운한 것 같습니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네요….
 
최 요원:미안,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서. ...나 많이 잤어?
 
버들 도령:아니요 한 식경 정도 주무셨...
아... 예, 30분.
 
최 요원:이 상황에 많이도 잤네... 나 자는 동안 다른 건 없었고?
 
버들 도령:아직까지는요. ...포위망이 점점 더 좁혀지는 걸로 봐서는 여기 오래는 못 있겠군요.
잠잠해지면 이동하려고 했건만. ...잠깐 주변 좀 살펴보고 올 테니 당신은 여기 계십시오.
 
최 요원:길도 바뀌는 숲을 혼자 막 나가게? 아무리 너여도 그게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버들 도령:괜찮습니다. 아무리 길이 바뀐다고 해도 당신 기운 정도야 금방 찾으니까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몸이 휘청거립니다.
 
이런, 머리만 괜찮아졌지 다른 건 다 꽝이네요.
 
아까 봤던 불구덩이 속에서 빠져나와서 긴장이 풀린 걸까요.
 
그나저나... 뭔가 좀 이상합니다.
 
애초에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싶습니다.
 
분명 원로들이 청동 요원을 싸고 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왜 쫓기는 신세인 걸까요?
 
최 요원:그런데 너, 도깨비들이 너한테 화가 왜 나? 아까 가서 뭐라도 했어? 아니면 내가 탈 복원을 못해서?
 
버들 도령:...둘 다입니다.
제가... 원로들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들을 생각도 없고요.
당신, 아까의 의식으로 가진 기운을 빼앗기지 않았습니까. 그런 의식을 두 번 더 해야 탈이 완성됩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서 진행하라고 원로들이 저를 압박했습니다. 그 탈을 완성하려면 당신과 나 둘 다 필요하니 지금도 저희를 찾으려고 혈안인 겁니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게 되면 인간인 당신이 버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도망쳤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최 요원:난 나무로 가기만 하면 나갈 수 있다고 치고, 그럼 너는?
내가 나가도 넌 계속 쫓길 거 아니야. 너도 나가거나...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버들 도령: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해둔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일단 지금은, 도망치는 것에 집중합시다.
 
탈을 고쳐 쓰면서 말하는 청동 요원은 꽤 단호합니다.
 
청동 요원은 주변을 살펴보고 오겠다 말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살펴보려는 걸까요?
 
최 요원도 어떻게 제대로 돌아가야 할 지나 고민을 해봐야 하겠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땅, 허수아비, 도깨비불, 풍경이 보입니다.
 
최 요원 , 땅을 살펴봅니다.
 
땅을 살펴보면 잔디 사이로 묘하게 자리가 일어난 부분이 보입니다.
 
그곳만 이상하게 울퉁불퉁한 것 같기도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흙을 걷어볼까요?
 
최 요원:(손으로 일어난 흙 긁어 파낸다.)
 
흙을 걷어보면 보이는 것은 무수히 쌓여있는 나무 조각들입니다.
 
나무의 결이 투박하지 않고,
 
매끄러운 것으로 보아 조각의 일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 관찰력 판정 ✷
 
최 요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나무 조각들을 보면 군데군데 구멍 사이로 연결된 기다란 끈이 보입니다.
 
흙에 얼룩져 더러워진 천은 조각에 걸쳐 있거나,
 
바닥에 떨어진 것들도 보입니다.
 
이건… 아무래도 탈의 조각들인 것 같습니다.
 
최 요원 , 허수아비를 살펴봅니다.
 
무덤 근처에 꽂힌 채로 서 있는 허수아비가 보입니다.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머리카락은 뻣뻣하기 그지없고
 
빨간색 펜으로 그려진 얼굴에는 눈코입이 엉성하게 붙어있습니다.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허수아비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할 뿐이에요.
 
✷ 정신력 판정 ✷
 
최 요원: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허수아비를 뚫어져라 봐도 움직이는 게 없습니다.
 
아…. 여기가 도깨비 나라라서 이것도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해버렸어요.
 
최 요원 , 도깨비불을 봅니다.
 
푸른빛의 도깨비불입니다. 익숙해서 뭐...
 
덩어리는 천천히 최 요원 쪽으로 다가옵니다. 한 번 건드려볼까요?
 
최 요원:도깨비들 다루는 건 다 똑같네... (손 몇 번 털어내고서 도깨비불 쿡 찌른다.)
 
푸른색의 불꽃을 톡 건드리자,
 
도깨비불이 두 덩어리로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류 도령과 인간을 찾아!
 
들려오는 목소리는 공허합니다.
 
찾으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던 도깨비불은 크게 불꽃이 일어남과 동시에 사라집니다.
 
이외에도 다른 도깨비불이 떠다니는 게 보입니다.
 
최 요원:(으음. 손 길게 뻗어 가까이 놓인 도깨비불들 몇 개 건드린다.)
 
이번에 보이는 도깨비불은 옅은 파란색인 것 같습니다.
 
최 요원이 톡 하고 건드리니 두 덩어리로 갈라지면서 목소리가 나옵니다.
 
: 류 도령은 찾았어! 인간은…
 
덧붙이기도 전에 펑! 하더니 불이 사그라듭니다.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끊겼나 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최 요원 , 풍경을 봅니다.
 
어두운 밤사이로 붉게 달아오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곳으로 가면 축제가 있겠죠.
 
화가 난 도깨비들의 노기가 불꽃을 타고 멀리서도 느껴집니다.
 
...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청동 요원이 수풀 사이에서 걸어 나옵니다.
 
허수아비의 고개가 돌아가더니 청동 요원을 확인하고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잠깐만요.
 
저거 허수아비 목이 돌아가나요?
 
버들 도령:……후.
 
청동 요원의 상태를 보아하니,
 
머리는 잔뜩 헝클어지고 이매탈로 가려지지 않은 얼굴 부분에 생채기가,
 
두루마기에는 온갖 나뭇잎과 풀들이 붙어있습니다.
 
소매를 타고 떨어지는 붉은 혈흔은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 게 보입니다.
 
꽤 급하게 이곳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도깨비불이 외쳤던 내용대로 도깨비들이 청동 요원을 발견했던 모양입니다.
 
버들 도령:다행히 도령이 있는 곳까지는 발각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 요원:그게 문제가 아니라, ...너 괜찮아? 성한 곳이 없어 보이는데?
 
버들 도령:...좀 이리저리 굴렀습니다.
 
응급처치 판정 성공 시, 간단한 지혈이 가능합니다.
 
최 요원:
응급처치
기준치: 75/37/15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런 상황이야 당신에게도 허다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챙겨온 도구들로 능숙하게 지혈을 마칩니다.
 
버들 도령:......이런 건 다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나보다 도령이 더 도깨비 같습니다만.
 
최 요원:나랏일 하는 김 서방들은 원래 이런 거 잘해. 너 김 서방들 누군지 알아?
 
버들 도령:......예?
 
최 요원:어휴, 너한테 뭘 묻겠니. 도깨비 중에 도깨비가 따로 없어요.
 
버들 도령:(...칭찬인가?)
 
그때,
 
도깨비1: 이보게 젊은이!
우리와의 약속을 어기지 말아주게!
류도령 이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목소리는 숲 전체를 감싸고 바람처럼 널리 퍼집니다.
 
도깨비들: 우리나라가 멸망하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도깨비1: 신경도 안 쓰고~
 
아주 나쁜 사람이야!
 
깔깔거리는 목소리 사이로 울음이 섞인 것 같기도 합니다.
 
메아리가 되어 이어지는 목소리들은 돌림 노래를 하듯 같은 가사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와서 허도령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습니다.
 
청동 요원은 최 요원을 바라보더니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손에 쥐여줍니다.
 
…이건, 말뚝이탈 아닌가요? 이걸 왜?
 
버들 도령:길게 이야기 못 하니, 지금부터 잘 들으십시오.
당신이 이곳에 와서 여러 번이나 들은 허 도령 이야기, 그건 의 과거입니다.
저 도깨비들이 노래 부르며 말하는 허 도령이라는 존재가 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축제 때마다 찾아온 이들이 탈의 복원을 위해 매번 죽어야만 했던 이유는...
수백 년 전 허도령을, 를 죽였던 여인의 환생이기 때문이오.
......마음에 뭇 걸리는 것이 있기야 한데, 당신 또한 이 시기에 내 눈앞에 떨어졌으니 도령 당신이 그 여인의 세 번째 환생일 겁니다.
 
버들 도령:전생의 굴레가 이어지고, 이어져서 돌아왔고, 지금에 다다랐소.
원래라면, 당신은 탈을 다 만들자마자 인간 세계로 돌아가 모든 기운을 삐앗겨 죽습니다. 그게 이 축제의 중요한 부분인데 이제 그건 내가 원치 않습니다.
이 나라로 오는 것부터 막아보고 싶었으나, 예언이라는 건 본디... 웬만한 뒤틀림이 아니고서야 바뀌기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마선국으로 온 것이겠지요.
...감시자인 사자탈이 저희의 뒤를 쫓아다니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신당에서 일부 의식을 진행했습니다만,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시간을 좀 더 벌어볼 테니 원로와 다른 도깨비 눈을 피해 신당으로 가십시오.
가서 벽에 걸려있지 않은 3개의 탈을 부수십시오. 그래야 당신이 살 수 있습니다.
 
버들 도령:이대로 인간 세계로 가면 안 됩니다. 무조건, 탈을 부숴야 합니다.
제가 건넨 탈을 쓰고 있으면 잠깐이나마 도깨비들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겁니다.
탈들을 모두 부수고 저희가 처음 만났던 장소로 가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최 요원:이건 계속 묻는 것 같은데, 그럼 너는? 마선국을 빠져나갈 계획이 있어? 아니면 마선국 내에서 뭘 하겠다는 거야?
 
버들 도령:...나는, 이제 마선국의 도깨비입니다. 이곳이 내가 사는 세계인데, 밖으로 나가서 무얼 합니까?
제 나름의 방법이 있다고 말씀드렸었지요. ...도령께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최 요원:...뭔데? 말해 봐.
 
버들 도령:신당으로 가시면, 그곳에 제 탈이 있을 겁니다. 그걸 챙겨주십시오.
...이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어서 탈을 쓰고 가시오.
그리고,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다시 만납시다.
 
최 요원:꼭 돌아오는 거야. 알겠지? 이건 약속이야.
 
버들 도령:...예, 꼭 돌아오겠습니다. 당신도 몸 조심하시는 겁니다.
 
청동 요원이 건네준 탈을 쓰면 시야가 좁아지지 않습니다.
 
벗었을 때와 별 차이가 없는 걸 보면,
 
생각보다 불편하진 않네요.
 
신당으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허수아비를 지나쳐 숨어있던 장소에서 빠져나오면 울창한 숲이 보입니다.
 
근데, 당신은 이곳에서 신당으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나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힙니다.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날이 너무 어두워 쉽게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람이 불어오고 나무들이 흔들립니다.
 
그때, 억센 손이 최 요원을 잡아당깁니다.